가을, 내 몸을 배려하는 시간

<사소하여 더 좋은 나물밥상>

가을 문안인사 올립니다. 어떤 그리움도 불러올 수 있고 떠나올 수 있는 가을.

제 작은 텃밭정원에선 봄꽃이 사라진 자리를 구절초와 파인애플세이지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어제는 제법 자란 무와 당근을 솎았습니다. 솎아낸 무 줄기를 삶아다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침이 고여 오네요. 농작물이 자라는 모습과 들풀, 꽃 그리고 채소의 맛을 떠올리면서 조금씩 계절의 변화를 깨달아갑니다.

오늘은 내 몸에 친절한 이야기를 담아보겠습니다.

‘가을냉이장국, 부추꽃장과 부추꽃장아찌, 민들레생무침, 쇠비름나물’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고 가볍게 지나쳤던 그들을 데려다 단순하게 조리해서 그 향을 최대한 살려보려고 합니다. 가공하지 않은 본연의 맛과 향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양지바른 빈 텃밭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가을 냉이가 일착으로 눈에 들어오네요. 이렇게 가을에 싹을 낸 냉이는 매서운 찬바람을 견디며 겨울을 버텨내는 거겠지요. 봄나물의 상징인 냉이는 봄에 만나는 맛과는 상상이 안갈 정도로 맛납니다. 가을에도 냉이가 있을 줄이야 기대하지 않았던 마음이 보태져서요. 흙을 탈탈 털어내 깔끔하게 씻어다가 멸치육수 우린 집 된장으로 끓여냅니다. 이 때 된장양이 많으면 냉이의 고유한 향을 못 느낄 수 있으니 최소한의 양념으로 끓여내는 게 좋습니다.

<손대기 아까울 정도로 앙증맞은 부추꽃>

부추꽃도 어느새 만발했네요. 손대기 아까울 정도로 앙증맞은 부추꽃이지만 실컷 감상하다 아주 조금 실례했습니다. 살짝 입 안으로 들였더니 톡 쏘는 매옴함이 번져오네요. 저희 집에선 정구지라고 불렀는데 부추야 무침으로 전으로 김치로 장아찌로 각종 탕 안의 별미로 팔방미인 식재료이지요. 잘 알고 계시듯이 부추는 따뜻한 성질이라 양기를 돋우며 혈액순환을 돕고 몸 안의 특히 간의 노폐물을 빼내는 데 좋습니다. 제게는 정말 딱입니다.

“너 하나면 약이네. 약이야~”

지난해 말려둔 취나물 꺼내 나물밥 했습니다. 고소한 냄새가 예사롭지 않네요.
나물밥에 슥슥 비벼 먹을 부추꽃장하고 부추꽃장아찌 준비합니다. 부추꽃에 물든 선홍빛 보이셔요? 자소엽에 우렸습니다. 상당히 매혹적이지 않나요? 어떤 맛일지 벌써부터 흥미진진합니다.

<부추꽃장아찌>

연하고 부드러운 어린 민들레잎도 곳곳에 보이네요. 샐러드, 나물, 효소, 차, 즙…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민들레는 항균소염 효과가 좋아 종기, 유선염, 상처 등 각종 염증치료약으로 쓰이지요. 뜯어다 무치면 그 맛이 또 별미입니다. 향긋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이 식욕을 돋우는데 쓴맛이 싫으면 어릴 때 뜯어다 먹으면 됩니다. 조리하지 않고 날로 먹는 거라 깨끗하게 다듬는 일이 중요합니다. 잘 다듬어 흐르는 물에 여러 번 씻고 물기를 탈탈 털어 먹기 직전에 설렁설렁 무쳐냈습니다.

제철 나물은 신기하게도 그 계절에 필요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봄에는 몸의 리듬이 깨져 나른하고 졸리지요. 이럴 때 쌉사름한 봄나물은 입맛을 살리고 비타민과 무기질, 미네랄이 풍부해 춘곤증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줍니다. 여름은 또 어떻습니까. 무더운 날씨에 지치기 쉽잖아요. 여름 나물에는 수분이 많아 갈증을 덜고 무더위를 이기도록 도와줍니다. 지금 같이 먹을 것이 풍성한 가을에는 겨울 추위를 대비하여 신선한 걸로 영양보충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채소가 적은 겨울 즐겨 찾는 말린 나물에는 면역력을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한 어르신들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밭은 이렇게 무엇이든 내어줍니다.

<민들레 생무침>

“저요저요~~“

쇠비름입니다. 땅에 붙어 기듯이 자라며 잎도 줄기도 통통한 것이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지요. 양분이 많은 밭에 특히 많이 돋아납니다. 까만 씨, 붉은 줄기, 푸른 잎, 노란 꽃, 흰 뿌리를 보고 다섯 가지 색과 기운을 갖췄다고 하여 오행초라고도 불리는데 시고 비릿한 맛이 있어 날로 먹기 거북하지만 잎이 붙은 줄기를 조금씩 따서 초고추장 양념에 버무리면 이 또한 별미입니다. 삶아 조물조물 무치면 가을 밥도둑이 따로 없구요. 오늘은 색다르게 두 가지 맛으로 즐겨보겠습니다.

<쇠비름 생무침>
<쇠비름 나물>

“세상에 흔해 빠진 쇠비름인데 맛있네~”

하도 쑥쑥 자라서 지난여름 뽑아 먹기 바빴습니다. 작물을 생각하는 농부님들에게는 싫어하는 잡초지만 자연 그대로 자라기 때문에 약성이 참 좋습니다. 오메가3가 풍부하여 심혈관 질환에 특히 좋다고 알려져 있지요.

“왠지 힘도 나는 것 같아요.”

“벌써 다 드셨어요?”

식욕을 돋우고 기운을 보강해주는 나물밥상! 시간도 오래 걸리고 화려하진 않지만 그 기다린 시간만큼이나 깊은 맛을 내지요. 소박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충만한 밥상! 좋아들 해주시니 급격하게 행복해지네요.

수많은 풀들 사이에서 먹을 것만을 골라 삶고 데치고 말리며 나물반찬 해온 할머님들의 지혜가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이 가을, 계절이 전하는 향긋하고 건강한 나물 한 접시로 내 몸을 배려해 보는 시간 가지면 어떨지요.

당신의 가을은 어떻습니까?
곧 만나러 가겠습니다.

가을냉이장국

재료: 가을 냉이, 쌀뜨물, 집된장, 멸치, 양파껍질, 다시마, 무, 대파뿌리

만드는 법:
1. 가을 냉이를 뿌리째 깨끗이 여러 번 씻어 물기가 빠지도록 담아 놓는다.
2. 냄비에 쌀뜨물, 멸치, 양파껍질, 다시마, 무, 대파뿌리를 넣고 10분정도 끓여 미리 국물을 낸다.
3. 건더기를 건져내고 된장을 풀고 냉이를 넣어 끓여낸다. 이때 간은 자기 입맛에 맞게 조절한다.

부추꽃장아찌

재료: 부추꽃, 자소엽, 간장, 물, 소금, 매실, 식초

만드는 법:
1. 부추꽃대를 손가락 정도 길이로 잘라 살살 씻어 물기를 말려둔다.
2. 장아찌물을 만들어 부추꽃대에 부어준다.
장아찌물은 냄비에 간장, 소금, 매실, 물을 입맛에 맞게 넣어 끓이다 마지막에 식초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완성한다.
장아찌물을 끓여 불에서 내려놓을 때 자소엽이나 비트등을 넣어 놓아두면 붉은 빛을 얻을 수 있다.

민들레생무침

재료: 민들레, 집간장, 고춧가루, 발효액, 발효식초, 깨, 마늘, 참기름

만드는 법:
1. 민들레를 깨끗이 씻어 물기가 없도록 탈탈 턴다.
2. 민들레에 갖은 양념을 넣고 겉절이 하듯 새콤달콤하게 가볍게 먹기 직전에 무쳐낸다.

쇠비름나물

재료: 쇠비름, 고추장, 발효액, 다진 마늘, 깨, 들기름

만드는 법:
1. 뜯어온 쇠비름을 끓는 물에 데쳐 꼭 짜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둔다.
2. 볼에 갖은 양념을 넣어 간을 맞춘 후 쇠비름을 넣고 양념이 잘 베도록 조물조물 먹기 직전에 무쳐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