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이야기] 쓰레기, 꽃이 되다

생쓰레기 퇴비화 운동 펼친 이경란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전 대표

이경란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전 대표가 양천구 주민들에게 생쓰레기 퇴비화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일 껍질, 채소 뿌리, 옥수수 껍질 등 조리 전 음식물 쓰레기인 생쓰레기를 분리·수집해 퇴비로 만드는 자원순환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다 퇴비로 사용할 수 있어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해결에 있어 최선의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자원순환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어렵고, 정책적으로 생쓰레기를 퇴비화 하는 시스템이 미비해 지속되는 사례가 드물다.

양천구는 드물게 생쓰레기 퇴비화 사업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어 낸 자치구이다. 양천구는 2013년부터 아파트 주민들이 배출한 생쓰레기를 공원에서 수거한 낙엽과 섞어 발효시켜 도시농업 퇴비로 사용하는 자원순환 사업을 하고 있다. 2014년 아파트 단지 5개 단지 4,661세대가 참여했으며, 올해는 12개 아파트 단지 1만2천여 세대로 확대됐다.

양천구에서 이처럼 생쓰레기 퇴비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었던 것은 생쓰레기 퇴비화 사업을 풀뿌리 운동으로 펼쳐온 서울남서여성민우회와 이경란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전 대표의 노력 때문이다. 이경란 전 대표는 현재 서울남서여성민우회 운영위원과 서울시도시농업활성화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1월 28일 양천구민체육센터에서 이경란 전 대표를 만나 서울남서여성민우회의 생쓰레기 퇴비화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남서여성민우회의 생쓰레기 퇴비화 운동은 그 시작이 199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가 있는 풀뿌리 운동이다. 여성민우회는 94년부터 민우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생쓰레기를 말려 농촌의 유기농가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96년부터는 도시에서 직접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꿔 본격적으로 생쓰레기 퇴비화 운동을 시작한다. 이런 움직임은 그 당시 첨예한 지역 현안이었던 양천구 소각장 증설과 맞물렸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양천구 주민들에게 매우 절실한 사안이었다.

“그때 서울시가 소각장량을 300톤에서 400톤 규모로 증설하려고 해서 주민들이 반대했죠. 저희는 소각장을 증설하지 않고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그래서 쓰레기 성상 조사도 했어요. 쓰레기를 뒤져보니 재활용 쓰레기와 생쓰레기를 분리해 처리하면 소각장에서 태워야할 쓰레기양이 많이 줄어드는 거예요. 그 때 저희가 계산해보니 230톤 밖에 안 되더라고요. 제대로 분리해 처리하면 소각장을 증설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증설된 후 보니 저희가 계산한 양이 맞았더라고요.”

남서여성민우회는 구청을 찾아가 생쓰레기 수집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생쓰레기를 가져다주면 퇴비로 만들어 쓸 농가도 설득했다. 어렵게 남서여성민우회가 주민 교육과 홍보를 담당하고, 구청이 생쓰레기를 수집·운반해주면 농가는 이를 퇴비로 만드는 협력체계를 갖췄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참여 주민을 모집하는 것이었다. 참여하겠다는 아파트 단지가 없어 민우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참여를 촉구했다. 이후 참여 의사를 밝히는 단지가 하나 둘씩 늘어나고 이후 양천구청이 1,000 세대 이상 아파트로 대상 단지를 확대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풀뿌리 운동이 자치구의 사업으로 정착돼, 자치구의 지원과 지역주민들의 실천이 결합한 자원순환운동의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한계점도 있었다. 그 당시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제를 시행하기 전이라 생쓰레기를  분리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자각이 부족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수거하다보니 생쓰레기를 모아두고 말리는 일도 무척 번거롭다. 장마로 인해 중단되는 때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 구청장이 자주 교체되고, 담담공무원도 바뀌면서 구청의 추진 의지가 약해지고 다시 구청을 설득하는 일이 반복됐다.

“주민들의 참여도가 점점 떨어지고, 민우회 회원끼리의 운동이 됐죠. 다른 단지는 모두 멈췄고 제가 사는 아파트만 오게 됐죠. 저 때문에 수거차량이 온다는 게 낭비잖아요. 그래서 2002년에 중단하게 됐죠.”

쓰레기가 돈이 되고, 꽃이 되다

그 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1년 보궐선거로 당선되고, 2012년 박 시장이 양천구 시민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열면서 생쓰레기 퇴비화 운동이 부활하는 있는 계기를 맞았다. 이경란 당시 서울남서여성민우회 대표가 박원순 시장과 쓰레기 문제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을 물으며 과거 서울남서여성민우회가 했던 생쓰레기 퇴비화 운동을 소개했다.

“박원순 시장께서 민우회가 생쓰레기 퇴비화 운동을 했다는 게 상상이 안 된다고 하시면서 수첩에 적으시더라고요. 그리고 서울시가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공모사업을 연결해 준 거예요. 사업계획서를 열심히 써서 냈더니 되더라고요. 사업 내용이 너무 좋고, 오랜 동안 해본 경험도 있으니 선정될 수밖에 없던 거죠. 2013년에 1500세대 아파트 단지 2개에서 시범사업으로 다시 시작했죠.”

신정3동에서 5천 평의 주말농장을 운영하는 유선정 씨의 협력으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유선정 씨는 주말농장 한편에 퇴비장을 만들고 생쓰레기를 수거해오면 포크레인을 직접 몰며 낙엽과 생쓰레기를 섞어 퇴비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유기퇴비를 밭에 뿌리면 흙을 건강하고 비옥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2013년만 해도 아파트에서는 종량제를 실시하기 전이라 음식물쓰레기 배출량과 상관없이 무조건 1,500원을 내도록 돼 있었다.

“주민들은 배출 비용을 내는데 귀찮게 생쓰레기 분리 배출을 왜 하냐 한 거죠. 민우회 회원이 아파트 관리소, 동 대표, 부녀회장 등을 찾아가서 설득하고 교육해서 참여 단지를 조금씩 늘려갔어요. 지금은 12개 단지에서 매우 잘되고 있거든요.”

2013년과 2014년에서는 환경부 공모사업으로, 2015년에는 서울시 공모사업으로 각각 진행하다 2016년부터 양천구청이 자체 예산을 편성해 추진했다. 추진 과정에서 생기는 세세한 문제점들을 주민과 간담회를 열고 대화하며 보완했다. 생쓰레기를 수집할 날도 주 3회로 늘렸다. 양천구청은 음식물 쓰레기 수집업체에 위탁해 생쓰레기 수집을 안정화시켰다. 수거통의 부피를 줄여 노동자의 피로를 줄이고, 2016년에는 서울시 참여예산으로 3,000만원을 확보해 신정주말농장 퇴비장의 환경도 개선했다.

양천구청의 적극적인 지원과 남서여성민우회의 환경교육과 홍보, 신정주말농장 유선정 씨의 협력, 아파트 어머니회 등의 적극적인 참여 등으로 생쓰레기 퇴비화 사업은 활기를 띠었다. 생쓰레기 수거량도 2013년 80톤, 2014년 112톤, 2015년 305톤, 2016년 320톤 등 매년 증가했다. 올해는 410톤이나 수거했다.

생쓰레기 퇴비화 사업으로 얻는 경제적 이익은 상당하다. 2016년도에는 320톤을 퇴비화해 음식물 쓰레기 위탁 처리 비용, 음식물 종량제 비닐 봉투 구입비용과 제작비용, 낙엽 소각 비용, 퇴비 구매 비용을 합쳐 총 7,500만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이경란 전 대표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공공적 가치는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면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유기퇴비로 흙을 살린다. 시민들이 환경을 생각하며 자원순환을 체득하고 그 과정에서 환경을 살리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이웃들과 공유하며 동질감을 느낀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각 아파트 단지 앞에 수거통을 놓으면 주민들이 내놓아요. 아침에 학교에 가는 애들이 내놓기도 하고 출근하는 남편이 내놓기도 하고요, 부녀회 회원들이 너무 고마워요. 2시간을 지키면서 관리를 해요. 주민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죠. 삭막한 아파트에서 공동체가 만들어져요. 주민들이 교류하고 서로 음식을 나눠먹기도 하고요. 이 사업을 계기로 아파트의 변화를 고민하는 분들이 생길 수 있어요. 그분들이 성장하며 저희가 환경교육을 하지 않아도 돼요. 그분들이 자발적으로 계속 유지하는 거죠.”





“협동조합 육성해 지속가능한 구조 만들어야”

이경란 전 대표는 생쓰레기 퇴비화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퇴비화 시설의 기반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퇴비를 만드는 일은 신정주말농장 유선정 씨의 헌신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하지만 퇴비장 주변으로 악취와 파리가 많이 생기면서 주말농장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게 돼 주말농장 운영에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내년에는 하반기 이후로 사업 시기를 줄이기로 했다.

따라서 이경란 전 대표는 퇴비화 사업이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하도록 퇴비협동조합 등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생쓰레기 운동을 활성화하는 조례도 제정돼야 해요. 재활용 정거장처럼 생쓰레기 정거장도 만들었으면 합니다. 시민들의 교육 기회도 더 많아져야 하고요. 오랜 기간 생쓰레기 퇴비화 운동을 하면서 구슬은 만들어졌어요. 아직 구슬을 끼우지는 못하고 있는 거죠. 불편하다고 이 운동을 안 할 수 없어요. 불편한 것이 환경적이니까요.”

서울도시농업e소식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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