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느리게 ‘무시루떡, 당근잎샌드위치, 보약된장’

김사경의 텃밭레시피

<물들어가는 강아지풀>


볕이 참 좋았습니다. 오늘은 엄마 아빠와 함께 하는 제철밥상 이야기 ‘시작이반’ 된장 푸는 날입니다.

대부분의 요리에 넣었다는 된장, 다른 재료들을 조화롭게 만든다는 된장, 사람도 된장처럼 시간이 지나야 된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의 된장은 시간의 맛이 잘 들었을까요?

<보약된장>


모두의 긴장 속에 조심스레 소금을 걷어내니 드디어 된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신기해~ 이런 거 처음 봐!"
"우와~ 빛깔 좀 봐요. 너무 좋아요~."
손가락이 저절로 반응합니다.
"짜요?"
"ㅎㅎ 아주 맛나요."

자, 이제는 통에 담읍시다. 아이들이 돌아가며 흘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풉니다. 햇살과 바람이 깊게 스미며 자연이 만든 보약양념. 울 아이들도 아는 가 봅니다. 꾹꾹 눌러 담습니다. 서로 잡아주고 어떻게 하면 잘 담을지 이야기도 나누는데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어머님 아버님들도 흐뭇하고 기분좋게 바라보고 계시네요.

우리 음식의 맛을 결정짓는 기본 중의 기본인 ‘장’.

언 손 불어가며 장항아리 깨끗이 닦고 메주 겉면에 묻은 먼지 툴툴 털어내 차곡차곡 항아리 담던 모습이 눈앞에 스쳐갑니다. 참으로 순식간이었지요. 감사하게도 자연과 더불어 시간에 내맡긴 된장이 잘 익어주었습니다. 함께 어울린 기억과 모두의 정성이 들어있는 소중한 된장. 우리 밥상의 입맛을 돋우는 양념으로 잘 쓰이겠지요. 아이들은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오늘 우리가 안은 특별한 시간을. 이렇게 11월은 하나둘 갈무리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무시루떡과 배추전, 무전, 고구마전>


이번에는 ‘정원에서는 즐기는 밥상학교’ 가을걷이 소식입니다. 늦여름에 씨 뿌리고 모종 심어 가을 내내 가꾼 무와 배추를 풍성하게 수확하였습니다. 마음에 기쁨이 흘러넘치니 생각할수록 참 감사한 일이지요.

일부는 걷어다가 무시루떡과 무전, 배추전으로 내놓습니다. 아시다시피 11월의 무는 밭에서 자라는 인삼이라 불릴 만큼 효능이 참 탁월하지요. 비타민C가 풍부할 뿐만 아니라 열을 내리고 기관지, 폐 염증을 가라앉혀 감기치료제로 좋고 지방이나 단백질, 전분 분해효소가 풍부해 천연소화제로도 효과만점이니까요. 게다가 뿌리부터 잎까지 버릴 것 없는 무는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나는 밭의 보물입니다.

가을걷이를 끝낸 오늘 같은 잔칫날에는 달고 알싸한 무를 살짝 절여 쌀가루에 고루 버무려 팥고물과 함께 쪄내 호호 불며 나누면 좋습니다. 살강살강 녹아내리는 무맛에 다들 급격하게 행복해지시네요. 텃밭정원을 통해 일상에서 발견한 즐거움. 생각보다 우린 여기 오래 머물 것 같습니다.

<기꺼이 가벼운 당근잎샌드위치>


얼마 전에는 마을활동가들이 텃밭정원으로 찾아왔습니다. 눈부신 햇살, 바람 소리, 오며가며 마주쳤을 마을사람들, 흙 툴툴 털어 나눈 당근잎샌드위치. 평범하지만 부드러운 휴식이었습니다. 휴가를 내야만 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일상에서도 가벼이 쉴 수 있다는 걸 배우게 됩니다.

마트에서 당근잎 보셨어요? 이상하게 볼 수가 없습니다. 저도 텃밭을 통해 당근잎을 알았으니까요. 당근잎에는 특유의 향긋한 향이 살아있어 씹는 즐거움이 참 매력적입니다. 자연 그대로 자라기 때문에 약성도 물론 좋을 것입니다. 뿌리 먹자고 심는 당근을 저는 잎 먹는 욕심에 일부러 베게 심어 자주 솎아줍니다.

당근잎 툭툭 끊어다가 깻잎페스토 바른 샌드위치빵 안에 대충 쿡 찔러 넣고 치즈, 사과, 잎채소 빵빵하게 넣어 만든 텃밭샌드위치. 재료들이 살아 있어 한 입 베어 물다보면 흘릴 수밖에 없으니 입에 묻히면서 먹을 도리밖에 없어선지 조금 전 바로 만난 사이여도 이 시간만큼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다정한 표정을 지어 보낼 수 있답니다.

물들어가는 강아지풀을 이야기하고 제 그림책 속 구절초를 이야기하고 얼마 전 떠나보낸 해바라기를 이야기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제 곧 사라질 꽃들에 풀들에 아쉬움 대신 푸근함과 감사함을 말할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이거 먹어도 돼요?"
“ㅎㅎㅎㅎ 글쎄요. 함 먹어 볼까요?”

어쭙잖은 저를 따라 용기 내어 맛보고 맛있게 나눌 수 있는 마을사람들을 만나서 더 좋았습니다.

좋아하게 되니 들여다보게 되고 가꾸게 되고 담고 싶어지고 그래서 요리하고
그림 그리고 그 그리움을 사람들과 나누고…. 이 기분 좋은 느낌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세상 한가운데 서서>


된장

재료; 메주 한 말, 물 2말, 소금
6되, 마른 고추 10개, 숯 3덩이, 대추 10개, 달걀 1개, 항아리

만드는 법:
1. 항아리는 미리 깨끗이 닦고 소독해 말려둔다.
2. 메주는 솔로 먼지를 털어낸 후, 흐르는 깨끗한 물에 솔로 씻어낸다.
3. 씻어낸 메주를 소쿠리에 받쳐 햇볕에 말린다.
4. 소금을 물에 풀어 간을 맞춘다. 달걀을 넣고 위에 뜬 부분이 500원 동전만큼 달걀이 보이면 간이 맞는다.
5. 항아리에 메주를 담고 소금물을 고운 천에 받쳐 항아리에 붓는다.
6. 고추와 숯, 대추를 넣는다.
7. 항아리에 면포를 씌우고 동여맨 후 볕이 잘 드는 장소에 40일~60일 정도 보관하다가 간장과 된장을 분리한다.
8. 장 가를 때가 되면 간장은 옮겨 담고 발효된 건더기는 건져 소금물을 부어가며 곱게 치대 항아리에 다시 꾹꾹 눌러 담고 웃소금을 뿌려 잘 덮어 둔다.

당근샌드위치

재료: 샌드위치용 빵, 잎채소, 당근잎, 슬라이스치즈, 제철과일, 깻잎페스토

만드는 법:
1. 채소를 잘 씻어 물기를 제거한다.
2. 빵 한쪽 면에 깻잎페스토를 바르고 슬라이스한 제철과일과 잎채소, 당근잎, 치즈를 넣어 빵빵하게 완성한다.

*깻잎페스토
재료: 깻잎3컵, 올리브오일1/3컵, 잣1/3컵, 파마산 치즈가루1/2컵, 마늘3, 소금, 후추 약간

푸드믹서기에 적당히 찢은 깻잎, 올리브오일, 마늘, 소금, 후추, 잣을 넣고 갈다가 파마산 치즈가루를 섞어 걸쭉한 상태로 만들어주면 된다.

무시루떡

재료: 멥쌀가루 600g, 물 6큰술, 설탕 6큰술, 무 500g,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 팥고물(팥 400g,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 팥을 씻어 넉넉히 물을 붓고 한소끔 삶다가 첫물은 버리고 팥의 3배 정도의 물을 붓고 무를 때까지 삶다가 물은 버리고 뜸을 들인다.
2. 삶아낸 팥이 뜨거울 때 소금과 설탕을 넣고 방망이로 적당히 찧어 팥고물을 만든다.
3. 굶은 채로 썬 무를 설탕 1큰술, 소금 1작은술을 넣고 살짝 절인 후 면포로 물기를 제거한다.
4. 방앗간에서 빻아온 멥쌀가루에 물 6큰술을 넣고 고루 섞은 후 체에 내린다.
5. 4에 설탕 6큰술을 고루 섞은 후 3의 무를 넣어 함께 버무린다.
6. 찜기에 물을 넣고 면포를 깐 후 순서대로 팥고물을 넣고 무를 버무린 멥쌀가루를 넣고 팥고물을 올려 20분 정도 찌다가 뜸을 들여 완성한다.

 

저작권자 서울도시농업 e소식,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독자 의견 | 댓글 없음

댓글 남기기

작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