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탐방] 노들텃밭의 꿈을 이어가는 용산가족공원 텃밭

공원과 텃밭의 조화, 모든 시민을 위한 텃밭은 가능할까?



10월 말 용산가족공원의 가을도 깊어갔다. 공원의 나무들이 올여름 꾸었던 푸른 꿈들이 어느새 노랗고 붉게 변해 마지막 아름다움을 뽐냈다. 몇몇 시민들이 공원을 산책하며 가을의 마지막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한 시민은 발걸음을 멈추고 공원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텃밭을 유심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숲과 연못, 잔디밭이 어우러진 공원의 풍경 속에서 조그만 텃밭이 고즈넉함을 더한다. 정자 위를 덮은 수세미 넝쿨도, 단풍만큼이나 붉은 피마자도,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인 벼들도 공원의 가을 풍경과 조화를 이뤘다.

수확을 앞둔 용산가족공원 텃밭의 작물은 지금이 절정이다. 도시농부들이 땀 흘려 가꿨을 배추와 무들이 풍성하다. 미처 따지 못한 가지가 노랗게 익어가고, 목화밭에는 곧 하얀 솜뭉치를 터뜨릴 목화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관리가 잘 돼 풀이 무성한 곳도 하나쯤 있을 법 한데 용산가족공원 텃밭의 도시농부들은 모두 부지런한지 이 두락도 저 두락도 모두 풍년이다.

“공원 안에 있다 보니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는 거죠. 경작자만 좋을 수는 없잖아요. 비경작자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텃밭을 만들려면 그만큼 경작자들이 열심히 와서 키워야 하죠.”

조기진 용산가족공원 텃밭지원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용산가족공원 텃밭은 정원 위주의 공원에 조성된 보기 드문 텃밭이다. 관리 위주에서 시민참여를 강조하는 추세로 변하면서 새로 개장하는 공원 안에 텃밭을 조성하기도 하지만 용산가족공원은 그런 흐름을 타기 전인 1992년에 만들어진 공원이다. 공원 안에 텃밭이 조성된 것은 2012년으로 7년 째 운영돼 오고 있다.





용산가족공원 텃밭은 조성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2012년 초 서울시가 한강이촌지구에 텃밭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분양하려 했으나 정부가 이를 불허하면서 이를 대체할 부지로 노들섬과 용산가족공원에 텃밭이 조성되었다. 2016년 말에는 서울 최초의 도시농업공원이었던 노들텃밭 마저 폐장하면서 용산가족공원 텃밭은 노들텃밭의 대체부지가 됐다. 도시의 생태환경을 보존하고 자연과 도시의 공존을 도모하고자 했던 도시농업이 개발주의와 갈등했던 과정에 용산가족공원 텃밭이 있던 셈이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통해 환경오염과 같은 도시문제를 해결하자고 했던 노들텃밭에서의 실험과 꿈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곳이 용산가족공원 텃밭이기도 하다.

용산가족공원 텃밭은 500평 정도의 규모다. 2평 씩 나눠 두락을 만들었고, 총 160 두락을 개인과 단체에 분양하고 있다. 나머지 공간은 어린이들의 생태텃밭 체험장과 텃밭지원센터가 직접 경작하는 텃밭으로 운영하고 있다. 텃밭에는 용산가족공원 연못에서 물을 끌어와 농업용수로 쓸 수 있도록 만든 작은 연못과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교육장도 있다.

용산가족공원 텃밭을 조성할 당시에는 시민의 공간인 공원을 개인에게 분양해 사유화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기진 센터장은 여러 방안을 도입해 텃밭이 경작자만의 배타적인 공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개인에게 분양하는 텃밭 면적을 줄이고 대신 생태텃밭 체험장을 만들어 비경작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텃밭이 되도록 했다. 텃밭지원센터가 직접 경작하는 텃밭에는 탐방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토종종자, 약초, 허브, 목화, 쪽 등 다양한 작물을 심었다.

또한 장 담그기, 고구마 막걸리 만들기, 목화솜으로 실 만들기 등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서울 시민 전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한다.

“농사프로그램을 하는 곳이 많지 않다보니 시민들의 호응도는 높아요. 10월 초에는 벼베기 행사를 했는데 여기서 탈곡하고, 도정하고, 떡메를 쳤죠. 한쪽에서는 쪽으로 염색도 하고 화분 만들기도 하고요. 프로그램 참가 신청을 여기서 받지 않고 시청홈페이지를 통해서 했죠. 총 30가족, 100여 명이 참석했는데 외부 시민이 그만큼 참여했으니 꽤 성공적인 행사라고 보는 거죠. 경작자들은 자원봉사를 했어요.”

텃밭이 공원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경관적인 가치에도 많은 애를 쓴다. 개인 경작자에게 분양한 텃밭에 대해서는 텃밭 관리 상태와 작물의 상태, 작물의 다양성 등을 기준으로 심사를 해 우수 경작자를 뽑는다. 우수 경작자에게는 다음 해 텃밭을 우선 분양한다. 경작자들이 텃밭을 잘 관리하도록 독려하는 유인책이다. 공원이 공공의 공간이기에 용산가족공원 텃밭 또한 공공성을 강조하는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기진 센터장은 공원 안에 텃밭이 있어서 경작활동에 제약을 받기 보다는 오리혀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노들텃밭이 아쉬웠던 점은 텃밭 경작자가 아니면 오시는 분들이 별로 없었어요. 여기는 주말이면 가족단위로 오시는 시민들이 많죠. 외국인도 많이 와요. 오셔서 텃밭 구경도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있죠. 그래서 오히려 득을 보고 있죠.”





24시간 공원을 개방하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보니 간혹 서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조기진 센터장은 텃밭의 모든 작물이 경작자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비경작자들과 나눠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작자들은 1년 동안 텃밭의 주인이 된 것만으로도 큰 행운을 얻는 거죠. 비경작자들은 부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누군가가 토마토 가지 하나가 욕심이 날 때 경작자들이 먼저 따드리면 좋지 않겠어요. 먼저 손을 내밀면 그 분들이 밖에 나가서 텃밭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죠. 그런 분들이 여기 텃밭을 신청할 수 있고, 신청자가 늘면 밭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커질 겁니다.”

시민들이 수동적으로 공원을 이용하는 게 아니라 시민이 직접 관리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공원으로부터 얻는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서울의 공원녹지사업소도 공원여가과를 만들고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하며 시민이 참여하는 공원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도시농업은 시민참여형 공원을 만들어가는 데 좋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용산가족공원은 텃밭을 활용해 다른 공원에서는 어려운 다양한 농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용산가족공원 텃밭은 시민 모두를 위한 텃밭 공원의 가능성과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원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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