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탐방] 은평구 ‘오순도순 하늘채 텃밭’


은평구 갈현동에 위치한 코오롱 하늘채 아파트는 3개동, 191세대로 이뤄진 소규모 단지이다. 일반 아파트와 다를 게 없어 보이는 평범한 아파트이지만, 이곳에는 입주민들이 자랑하는 특별한 것이다. 바로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일궈가며 오순도순 이웃 간의 정을 쌓는 이름 하여 ‘오순도순 하늘채 텃밭(하늘채 텃밭)’이다.

지난 9월 1일 찾아간 하늘채 텃밭은 아파트 단지 왼편 자투리땅에 위치해 있는데, 면적은 70평 남짓한 규모였다. 크기는 작지만 고추, 부추, 들깨, 쌈 채소 등 다채로운 작물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가지 나무에는 검보라빛 가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우산만한 토란잎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가을 농사를 시작하는 때라 밭을 정리하고 배추 모종을 심은 곳도 있었다. 밭에 풀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파트 주민들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관리하는 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밭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니 호박 넝쿨이 비닐하우스 파이프를 타고 자라 멋진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노랗게 핀 호박꽃을 보니 시골 마을의 정취도 느껴졌다. 그 아래에는 나무 파렛트를 재활용해 만든 퇴비간이 있었다. 하늘채 아파트 입주민들이 음식물쓰레기와 텃밭 부산물을 이곳에 모아 발효시키고, 다시 텃밭 거름으로 쓰는 자원순환을 실천하고 있었다.

텃밭 뒤로 앵봉산이 있는데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텃밭과 산의 풍경이 어울러져 이곳이 아파트라는 사실을 깜빡 잊게 만들었다. 봄에 아카시아가 한창일 때는 꽃 향기가 가득한 시골마을 같은 정취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늘채 아파트 주민들은 요즘 가을 농사 준비가 한창이다. 이날 조부연 아파트 커뮤니티 대표는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무 씨앗을 나눠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여기는 재건축 아파트예요. 처음 입주한 분들은 원주민들이어서 어느 정도 유대관계가 있었죠. 그 때는 어르신들이 많았고, 주변에 학교가 많다보니깐 아이들이 키우기 위해 이사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같이 놀다보니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어울렸던 거죠. 그러다 아이들이 크고 교육적 목적이 사라지니 이사를 많이 갔죠. 이후 새로 이사 오신 분들과는 교류할 계기를 만들지 못했어요. 주민 구성이 바뀌면서 이웃 간의 단절이 생긴 거죠”

하늘채 텃밭은 이런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에 조성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다가 이웃 간의 소통이 필요하고 생각했고, 텃밭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공모사업으로 예산을 지원받아 원래 공원이었던 이곳에 상자텃밭 20개를 놓고 시작했다. 그러다 텃밭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상자텃밭만으로는 부족하고 유지도 쉽지 않아 아예 공원 콘크리트 바닥을 들어내고 노지 텃밭으로 만들었다.

당시 공원이 사라지는 걸 아쉬워하는 주민들도 있었지만 텃밭으로 바꾼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하늘채 텃밭은 주민들이 보다 긴밀하게 모일 수 있고, 어르신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사랑샘 구립 어린이집 원장을 맡고 있는 박미영 씨는 하늘채 텃밭을 아이들이 생태학습장으로 활용한다.

“텃밭을 만들고 이렇게 주민들의 호응이 좋을 줄은 몰랐어요. 농사를 짓지 않은 입주민들도 ‘우리 아파트에는 이런 텃밭이 있다’고 자랑하고 다닐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어르신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과거 농사를 지은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농사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이웃과 수확한 농산물을 나누기도 했다. 조부연 대표는 “사실 노인정에도 잘 나오시질 않으셔서 아파트에 이렇게 많은 어르신들이 계신 줄 몰랐다”며 “텃밭이 생긴 후로 노인회 어르신들이 텃밭에 자주 모이시면서 아예 터줏대감이 되셨죠”라고 흐뭇해했다.


텃밭에서 주민들 간의 교류가 늘면서 텃밭에서 키운 작물을 주민들과 나누는 장터를 열기도 했다. 천연화장품 만들기나 인문학 강좌와 같은 소모임을 열어 갖자가 가진 재능을 나누기 시작한 것도 텃밭을 만든 이후였다.

아파트 주민들 간의 교류뿐만 아니라 지역과의 교류도 많아졌다. 하늘채 아파트 주민들은 2014년 가을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도시농업축제에도 참여했다. 은평구의 도시농부들과 교류하면서 작년에는 아파트 내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로 만드는 자원순환 사업도 했다. 조부연 대표는 가을걷이를 하면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도시농부장터인 ‘은평 꽃피는 장날’에 나가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늘채 아파트는 은평구에서 텃밭이 있는 아파트로, 또 텃밭을 통해 공동체가 활성화된 아파트로 유명해졌다. 이웃 간의 단절과 삭막함으로 상징되는 아파트가 작은 텃밭으로 인해 정겨움이 느껴지는 마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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