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가 꿈틀대는 자원순환 마을을 꿈꾼다

도시를 경작하는 사람들: 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 풀씨모임



인류의 활동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파괴된 생태계는 부메랑이 되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악순환이다. 이런 악순환을 끊고, 어떻게 하면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선순환을 만들 것인가? 인간이 소비하는 자원이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 다시 재활용해 생산으로 이어지는 자가 순환을 이루는 방법을 찾은 것은 현대 사회에 매우 절박한 과제이다. 그리고 그런 방법이 보편적으로 적용된 사회는 아마도 환경위기 시대의 진정한 유토피아일 것이다.

꿈틀댄다는 지렁이와 함께 자원이 순환되는 동네를 꿈꾸고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흙을 건강하게 만들어 다양한 생물들이 그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지렁이처럼 마을에서부터 좋은 세상을 만들어 함께 살아가는 동네를 만들겠다는 동작구 시민단체 ‘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이하 좋은세상)’의 소모임 ‘풀씨모임’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지렁이 먹이로 주면 음식물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작물을 잘 자라게 하는 분변토를 생산할 수 있다. 분변토가 다시 작물을 키우고, 작물은 음식이 되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지렁이 먹이가 돼 분변토가 만들어지는 꿈같은 선순환이 이뤄진다. 또한 지렁이는 흙에 구멍을 내 공기가 통하게 하고 배수를 촉진시킴으로써 작물을 잘 자랄 수 있는 토양 환경을 만들어 낸다.

2009년부터 ‘풀씨모임’은 지렁이(풀씨모임에서 지렁이를 꿈틀이라고 부른다)를 이용해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바꾸고 퇴비로 작물을 키우는 순환을 마을에 확산시키는 활동을 해왔다. 자원 순환이 꿈틀대고, 주민들이 자연의 순환을 배우면서 생태 감수성이 꿈틀대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상도3‧4동 일대 골목길 자투리 공간 곳곳에 꿈틀이 텃밭을 만들었다. 나무 울타리를 쳐 지렁이가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주고 지렁이를 넣었다.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넣어 자원 순환을 할 수 있도록 교육했다. 또한 어린이집, 주민센터 등에 꿈틀이 상자를 보급했다. 풀씨모임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 꿈틀이 텃밭을 방문에 유지‧관리에 힘을 썼다.

풀씨모임이 꿈틀이 텃밭 가꾸기 사업을 본격화한 건 2010년부터이다. 아름다움재단이 주관하는 ‘변화의시나리오’에서 풀씨모임이 제안한 ‘지렁이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하면서 <그린(green) 이웃 되기> 사업이 채택돼 기금을 받게 됐다. 2012년까지 사업을 하면서 ‘그린이웃 실천단’ 양성교육을 통해 자원순환에 함께 할 주민들을 발굴하고, 꿈틀이 나무상자를 보급했다.

“마을 골목길에 꽃나무를 심겠다고 구청에 제안하면 꽃나무를 제공하는 사업이 있었어요. 꽃나무를 받아 손수레에 싣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라가서 꽃나무를 심고 지렁이를 풀어놓고 그런 활동을 했던 거죠.”

김도은 좋은세상 대표의 말이다. 그린이웃 실천단은 주택 화단, 자투리 공간 등을 청소하고 분변토를 넣어 꽃을 심어 꿈틀이 화단을 조성하고 꿈틀이 골목길을 만들어 나갔다. 꿈틀이 텃밭을 조성한 곳을 지도로 마을지도로 제작하기도 했다.

꿈틀이 지도


풀씨모임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상도동 도화공원에서 매년 7월 지렁이를 키우는 주민들이 함께 모여 ‘꿈틀이 축제’도 열었다. 아이들에게 꿈틀이 춤과 노래를 가르치고, 지렁이에 대한 퀴즈를 내 맞히는 주민에게 선물도 주고, 지렁이 강의와 전시를 하며 주민들에게 자원 순환의 방법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2014년 꿈틀이 축제


꿈틀이 사업이 확장성을 가지면서 좋은세상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텃밭을 가꾸면서 도시농업을 시작하고 자원 순환으로 확장되는 게 보통이지만 좋은세상은 그 반대였다. 그래서 좋은세상의 도시농업은 지금까지도 지렁이를 활용한 자원순환이 중심이 된다. 서울시도시농업박람회에도 지렁이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풀씨모임 텃밭강사들도 수업에서 지렁이를 통한 자연의 순환을 가르치며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데 보다 초점을 맞춘다.

풀씨모임에 들어온 후 5년 동안 집에서 지렁이를 키웠다는 양영심 씨는 지렁이를 키우는 것은 비록 작은 실천이지만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계속 지렁이를 키웠다고 한다. 그는 지렁이를 키우는 게 그렇게 불편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키워보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지렁이를 편안하게 키울 수 있을 지 연구도 하죠. 특별한 설비가 필요한 게 아니고 버려지는 상자나 스티로폼 박스를 재활용해서 얼마든지 키울 수 있어요. 저는 김치통 6개에 지렁이를 키우고 있는데, 음식물 쓰레기 대부분을 처리하죠. 많은 지렁이를 키우다보니 이웃들에게 분양도 해요. 지렁이분양사무소는 운영하고 있는 거죠.”

마을 골목길을 돌아다니면 작은 화단이나 상자텃밭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작은 규모라도 도시농업을 하는 시민들이 그만큼 굉장히 많다. 그곳에서 지렁이를 키우거나, 따로 지렁이를 키워 분변토 퇴비로 쓴다면 일상에서 자원순환을 실천할 수 있다. 김도은 대표는 현재 서울은 지렁이로 자원순환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시민들이 지렁이와 분변토를 잘 모른다는 거죠. 음식물을 버리지 않으려고 하고 동시에 화분을 예쁘게 키우고 싶은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그러면 음식물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해서 스스로 만들어서 쓸 수 있다는 것을 저희가 계속 이야기해 줘야 하는 거죠.”

현재 풀씨모임은 좋은세상이 운영하는 카페 ‘나무’에서 지렁이를 키우고 있다. 매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을 하고 있다. 지렁이를 분양받아 키우고 싶다면, 카페 나무나 풀씨모임의 문을 두드려 보는 건 어떨까? 건강한 지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그 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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