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바뀌면 도시농업도 바뀌어야 한다

도시농업의 재구성을 위하여: 아홉 번째 이야기



도시농업의 재구성을 위하여: 아홉 번째 이야기

2012년 6월 2일 노들섬에서 박원순 시장이 서울 도시농업 원년을 선포하고서 올해가 7년째다. 서울 도시농업 2.0 마스터플랜의 마지막 목표연도가 올해인 만큼 지금은 서울 도시농업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서울 도시농업이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재구성이란 한 번 구성되었던 것을 다시 새롭게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몇 가지 부분이나 요소들을 재검토해서 전체 모습을 새롭게 꾸민다는 의미이다. 단순한 수정보완으로 족할지 급격한 방향전환이 필요할지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한다. 이 글은 두 번으로 나누어 여기서는 우선 이론적 관점에서 사회 변화에 따른 서울 도시농업의 변화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해보고, 다음 호에 서울 도시농업의 재구성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자원, 기술, 인구, 거버넌스는 변화의 원동력이다. 이 네 요소가 변하면 새로운 정책 수요가 생긴다. 서울 도시농업에 이 잣대를 들이대어 재구성의 필요성과 가능성의 정도를 가늠해본다.

가용자원 측면에서 보면 급격한 기후변화가 에너지와 물, 식량 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송에너지를 줄이고 먹거리를 보장하는 도시농업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가용기술 측면에서 볼 때,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의 영역에서 엄청난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도시농업 분야에서 이러한 기술의 적용 수준은 매우 낮다.

인구구성의 변화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고령화와 1, 2인 가구 증가이다. 도시농업은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는 좋은 정책수단이 된다. 거버넌스의 변화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사회현상이다. 많은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지속가능발전과 포용사회 추구는 우리 시대의 화두이다.

거버넌스의 강화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도시농업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다시 도시농업의 생활화가 상생에 기초하는 거버넌스의 발전에 기여한다.

서울 도시농업은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고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하여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4가지 사회변화 요소를 중심으로 아래에서 서울 도시농업의 현주소를 점검해본다.

우선 서울 도시농업 정책에서 기후변화 적응과 도시농업의 관계를 심도 있게 논의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기후변화 적응정책의 주요 부문인 건강, 재난·재해, 물 관리, 산림·생태계, 산업·에너지, 토지 이용과 인프라 부문에서 도시농업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지 깊이 있게 논의해야 한다. 서울 도시농업이 시민의 건강에 미친 긍정적 효과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이루어진 바가 없고 서울 도시농업의 생태계 서비스 효과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술 발전 동향에 도시농업 관계자들은 거의 무관심하다. 최근 바둑 전문 TV를 보니 대국자가 한 수 한 수 둘 때마다 인공지능이 판단해주는 승률이 화면에 실시간으로 보여 시청자가 바둑을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었다. 사실 도시농업 관계자들은 첨단기술에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 적정기술의 가치를 중시하며 이를 의도적으로 멀리 한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드론, 빅데이터, 3D 인쇄, 로봇을 비롯한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무시하고 도시농업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로 계산하는 노령화지수를 보면 서울시의 경우, 1995년 19.5, 2005년 42.7, 2015년 99.8이었다가 2030년에 203.6으로 급격하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 비율도 1995년 12.9%, 2005년 20.4%, 2015년 29.5%로 증가 추세이며 2030년에는 30.1%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구구조 속에서 급속히 증가하는 노인 인구와 1인 가구를 고려하여 서울 도시농업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는지 의문이다.

거버넌스의 변화만 하더라도 그렇다. 요즈음은 거버넌스 대신 협치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쓰고 있지만 여기서는 정치적 의미를 배제하기 위하여 거버넌스를 그냥 사용하겠다. 서울 도시농업 1.0에서는 관이 주도하는 주민참여형 텃밭 조성이 정책 목표였다면 서울 도시농업 2.0에서는 민관 거버넌스 방식에 기초하는 주민주도형 생활형 텃밭을 조성하는 것이 정책목표이다. 과연 기대하던 목표를 달성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서울시는 지난 7년간 도시농업 분야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세계 다른 대도시에는 없는 도시농업과를 신설하였고 2012년 84ha에 불과하던 도시농업 실천 공간 면적을 2배 이상 늘였으며 매년 평균 100억 원 가까운 도시농업 예산을 투입하였다. 서울시 도시농업 예산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도시농업 예산의 40%에 달한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사회 변화에 서울 도시농업이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서울 도시농업이 양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질적인 발전이 따라 주지 못한 측면도 있다.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서울 도시농업의 재구성 방향을 심도 있게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창우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부설 한국도시농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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