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씨앗도서관, ‘강동구 씨앗도서관’

도시농업 현장에 가다


우리는 흔히 도서관하면 자연스레 ‘책’을 떠올린다. 당연하다. 도서관은 온갖 종류의 도서, 문서, 기록, 출판물 따위의 자료를 모아 두고 일반이 볼 수 있도록 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본지 기자에게는 그런 도서관에 대한 고정된 인식을 전환시켜 준 것이 ‘휴먼 라이브러리’였다. 어느 해부터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이 독자와 일대일로 만나 정보를 전해주는 도서관으로 휴먼 라이브러리가 생기면서 도서관의 개념을 전환시켜줬다. 그런데 “씨앗도서관?”, 바로 “와우!”라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소중하고 멋진 아이디어로 기획된 도서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은 전국에 널리 퍼져있지만 씨앗도서관의 씨앗이 된 ‘강동구 씨앗도서관’을 소개한다.


토종씨앗의 전파기지 씨앗도서관


강동구 상일동 명일근린공원 공동체텃밭 안에 있는 '강동구 씨앗도서관(이하 씨앗도서관)'은 2016년 4월 11일 도시농업의 날에 개관했다. 2013년 강동구청에서 주관하는 도시농민을 위한 토종학교를 졸업한 주민들이 '강동구 토종지킴이(이하 토종지킴이)'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만들고 텃밭에서 토종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맨 처음 토종 농사를 짓기 전에는 토종씨앗을 얻기 위해 ‘씨드림’을 찾아갔다. ‘씨드림’을 견학하고 직접 토종씨앗을 키워 농사를 지으면서 씨앗도서관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토종씨앗이 없어질 수도 있겠다라는 위기감도 들었다.


토종지킴이는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지만 토종씨앗을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강동구청에 씨앗도서관 건립을 제안했다. 강동구청은 이를 받아들였고, 그 때부터 씨앗도서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씨앗도서관에 놓을 토종씨앗들은 토종 농사를 지으면서 직접 채종하기도 하고 전국을 돌면서 모으기도 했다. 또한 농촌진흥청으로부터 150여종을 기증 받기도 했다. 씨앗도서관을 개관하고 나서는 강동구 및 다른 자치구 지역주민들이 씨앗을 기부했다. 현재 이곳에는 약 400여종의 토종씨앗이 보관되어 있다.


씨앗도서관 건립부터 힘써 온 박종범 토종지킴이 회장은 씨앗도서관은 2018년 6월에 준공된 파믹스센터가 생기고 나서부터 제대로 된 씨앗도서관의 모습이 갖춰졌다고 말한다. 씨앗도서관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토종지킴이 회원들이 매일의 당번을 정하고 상주하고 있다. 일요일은 휴관한다.


그리고 이렇게 씨앗을 대출해가는 씨앗도서관 회원들이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네이버 밴드가 있다. 이 밴드에는 자신이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소식들을 올린다. 특히 올해는 ‘밴드박람회’라고 해서 자신이 재배하고 있는 작물의 사진을 올리고 있다. 박종범 회장이 처음으로 올렸다. 즉 1회가 된 것이다. 그 이후에 올리는 사람들이 횟수를 붙여 현재는 40회까지 밴드박람회가 이어지고 있다.


씨앗을 대출해 갔는데 반납을 안 하는 대출자들도 있을까?


“당연히 많다. (웃음) 그런데 그 씨앗을 못 가져오면 자기가 미안하니깐 어디 시골 갔다가 아름아름 다른 씨앗을 가져온다. 내가 빌려간 것은 못 갚지만 다른 씨앗으로 갚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새로운 씨앗들도 많다”고 박종범 회장은 말한다.


그럼 이어서 그 씨앗들이 어떤 씨앗인지 어떻게 알까 궁금했는데, 대부분 씨앗을 가지고 오신 분들이 거진 다 안다고 한다. 모르겠는 것은 백과사전을 찾아본다.


토종지킴이는 이렇게 씨앗도서관을 운영하며 토종씨앗을 보관 및 증식, 전파하고 있다. 이 외에도 일 년에 다섯 번 토종씨앗 나눔행사를 진행한다. 공동체텃밭 개장할 때, 강동구 도시농업박람회 때, 강동선사문화축제 때, 강동구 동지한마당 때, 강동구 달집태우기 한마당 때. 이렇게 다섯 번의 강동구 큰 행사를 통해 10종류 약 500여개의 씨앗을 나눔한다.


사람들의 건강과 추억도 챙기는 씨앗도서관


박종범 회장한테 기억에 남는 대출자들이 있는지 물었다.


박종범 회장은 “상일동에 사는 공무원이 있었는데 아내가 위암이었다. 아내는 사가지고 오는 야채는 먹으면 토했는데 이 텃밭에서 얻어가는 것은 토하지 않고 흡수가 잘 되더란다. 그래서 그 공무원의 텃밭은 모두 상추가 심어져 있었다. 텃밭에서 재배한 작물이 우리한테 얼마나 좋은지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박종범 회장은 그래서 토종씨앗으로 작물을 재배하는 것뿐만 아니라 재배한 작물을 가지고 요리하는 프로그램도 열어보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더욱 더 빠르게 토종씨앗이 전파될 것 같기도 하다고.


이어 “씨앗도서관은 해외에서도 찾아온다. 어느 날은 호주로 이민가 살고 있는 한 분이 오셨다. 옛날에 어머니가 해 주시던 콩밥이 그리운데 콩이 없어서 콩밥을 못 해 먹었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그 콩을 찾으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씨앗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씨앗도서관에 씨앗을 대출받으러 온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에는 터치스크린으로
토종씨앗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씨앗도서관


앞으로 씨앗도서관에 만들고 싶은 것은 터치가 되는 TV에 토종씨앗에 대한 정보를 모두 넣어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마다 토종씨앗에 대한 정보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아’라고 하면, 요즘 동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내가 동아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동아만 검색하면 동아에 대한 각종 정보가 나오는 것이다. 토종지킴이는 이 작업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약 400여개의 씨앗. 각각의 씨앗에 맞는 온도, 바람 등을 유지시켜야 하는 만큼 정말 애정과 사명감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박종범 회장은 그 길을 한결같이 함께 걸어오고 있는 토종지킴이가 고맙고 그 결실인 씨앗도서관을 통해 토종씨앗이 더욱 더 보존되고 전파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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