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텃밭을 일구며 자연스럽게 일상의 관계를 회복하는 ‘강북마을텃밭공동체’

도시농업 현장에 가다


강북마을텃밭공동체가 일구는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599에 위치한 강북마을텃밭에 들어서자마자 탁 트인 텃밭전경과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 평상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번 호 도시농업 단체 소개는 ‘강북마을텃밭공동체’라 강북마을텃밭공동체 공동대표(김선희, 김효숙, 임승빈) 인터뷰를 하기 위해 강북마을텃밭에 갔다. 강북마을텃밭 입구에 있는 평상에 앉았는데, 아까 들어서자마자 보였던 평상에 모여 있으셨던 분들이 깻잎을 펼치며 다듬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두런두런 나누는 얘기들은 자연스레 웃음을 자아냈다.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평상에 자리잡은 세 분의 공동대표는 같이 깻잎을 다듬으며 그 수다에 동참했고 그런 가운데 텃밭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사를 나누기에 여념이 없었다. 말 그대로 ‘강북마을텃밭공동체’였다.


강북마을텃밭 곳곳을 공동체의 손길로 일구다


강북마을텃밭공동체는 2013년에 강북마을모임에서 마을대학으로 열었던 도시농부학교에서 출발한다. 개인이 아닌 공동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10개 공동체가 함께 하고 있고 10개 공동체 안에 다양한 지역 단체 및 주민모임들까지도 망라하고 있다. 강북마을텃밭공동체는 생태텃밭과 공동체텃밭을 원칙으로 강북구의 다양한 공동체들이 함께 마을텃밭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3년 맨 처음 시작할 때는 화분이나 텃밭주머니에서 실습하다가 노지텃밭에서 농사짓고 싶어 2014년부터는 삼각산주말농장 부지에서 마을텃밭으로 빌려서 경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경작해 오다가 삼각산주말농장이 원래 개인 소유였는데, 그 농장주인이 국토교통부에 매각했고 강북마을텃밭공동체가 LH공사로부터 1년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강북마을텃밭을 강북구의 공동체들이 함께 운영하기에 월 1회 운영회의와 공동체 활동이 있다. 월 1회 운영회의에서는 각 공동체 텃밭지기들이 참석해 텃밭활동을 하면서 공유해야 할 사항이나 논의나 해결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회의한다. 그리고 월 1회 공동체 활동은 시농제를 시작으로 한 해를 열고 마을텃밭 마무리 잔치로 한 해를 마무리한다.


“이 밖에 또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저희의 생각은 일을 만들지 말자에요. (웃음) 이미 월 1회 운영회의와 공동체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고 공동체 활동 외에 각 회원 공동체별로 활동도 있기 때문에 더 일을 만들 생각은 없어요.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각 공동체별로 하고 싶은 활동이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직 강북마을텃밭공동체에 속해 있진 않지만 우리 텃밭에 와서 이런 거 하고 싶다, 저런 거 하고 싶다란 분들도 많으세요. 그럼 저희는 언제나 환영하죠. 저희가 돈은 없지만 텃밭이 있으니 텃밭에서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시라 하고 있어요.”


실제로 강북마을텃밭 곳곳은 각 공동체들의 손길로 만들어졌다. 맨 처음 이 텃밭에 쓰레기가 엄청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청소부터 시작했다. 그 쓰레기들을 공동체 회원들 약 200여명이 직접 치웠다. 무려 쓰레기 버리는 값만 약 2백만원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그 때 희열을 느꼈다. “아, 사람들이 모이니깐 이런 게 가능하구나! 쫙 깨끗이 정리되는구나.” 이런 경험들을 통해 공동체를 알아가고 우리가 손을 모으면 이런 것들이 가능하구나를 느끼게 됐다. 그리고 논, 정원, 물통, 농기구 보관 창고, 생태뒷간, 생태놀이터 등도 재능있는 공동체 회원들이 직접 만든 것이다. 아직 공동체 회원들은 아니지만 설치미술, 밴드공연 등 텃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공동체들도 있다. 그렇게 강북마을텃밭은 공동체로 일구어 가는 공동체텃밭이다.


함께 하기에 우리들의 이야기가 생기는 강북마을텃밭


텃밭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보람된 점도 있기에 텃밭활동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 동안 만나왔던 도시농업 활동가들이 모두 그랬다. 강북마을텃밭공동체를 일구는 이들에게 보람된 것은 무엇일까?


김효숙 공동대표는 “기본적으로 텃밭활동을 하면 텃밭과 나의 관계맺음이 기뻐요. 그런데 그건 어디서 어떻게 텃밭활동을 해도 그럴 것이고, 가능한 거라고 생각해요. 공동체로 텃밭활동  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보람을 얘기하자면, 나 혼자면 모르고 어려워했던 것들을 서로 배우게 되는 거 같아요. 내가 몰랐던 것을 누군가가 알려주고 또 내가 알게 된 것을 모르는 분에게 알려주면서 배움의 연결고리들이 생겨요. 이러면서 관계를 통해서 배운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그리고 같이 땀 흘리면서 공동으로 경작하는 것이 있는데요. 논도 공동 경작이고, 감자도 같이 키워봤고, 고구마도 같이 키워봤고. 그렇게 같이 땀 흘리는 즐거움이 커요.”라고 말했다.


이어 “고구마 심을 때 제가 무슨 얘길 했었냐면요. 고구마 줄기를 가져다가 고랑 만들고 눕혀 놓고 덮는데 호텔같은 거에요. 그래서 제가 ”고구마호텔이다!”라고 얘기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혼자서 일하면 혼자 생각하고 말잖아요? 혼자서 웃지도 않고요. 그런데 같이 일하니깐 같이 얘기하면서 웃을 수 있는 거에요.“라고 말했다.


김효숙 공동대표는 또 재밌는 에피소드를 생각해냈다.
“어느 날은 밭에서 고등어를 캔 적이 있는데요. (순간 본지 기자 귀를 의심) 양분이 너무 없는 밭이 있어서 그 밭을 살려야 겠다 해서 겨울쯤에 해미르(임승빈 공동대표 별칭)가 집에 있는 버려야 하는 물고기들을 심어 놓은 거에요. 다음 해 제가 그 밭이 됐는데, 제가 공동체텃밭 일구느라 제 딸이 땅을 팠는데 땅에서 고등어가 통째로 몇 마리가 줄줄이 건져지는 거죠. (웃음).”
바로 그 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임승빈 공동대표가 “우리 집 화단에서는 그게 삭혀지거든. 너무 춥고 산 밑이라 빛이 안 들어서 전혀 안 삭혀진 거지. 어떤 ○○가 여기다 고등어를 버려놨어“라며 얘기하는데 ”나야.“ 그랬지. (웃음)”
김효숙 공동대표가 이어서 말했다. “제 딸이 저한테 와서 엄마 밭에서 고등어가 나와라고 해서 얘가 무슨 이상한 소릴하고 있어 그랬어요. 정말 장난치는 줄 알았다니까요. 가봤더니 생선이! (웃음) 해미르 입장에서는 나중에 그 밭을 사용할 사람에게 좋은 양분의 토양을 주고 싶어서 했었던 작업이었던 거죠. 해프닝 같은 건데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웃고 즐겨요. 내 텃밭농사만 하면 이야기가 생기지 않아요. 이렇게 함께 텃밭농사를 지으니 웃고 즐기게 되는 이야기가 생기는 거죠. 그게 좋은 힘인 것 같아요.”


김효숙•임승빈 공동대표는 “텃밭을 공동체로 함께 경작하면서 서로의 변화와 성장을 느끼게 돼요.”라며 “이전에는 텃밭을 빌려서 농사만 함께 했는데 이제 텃밭을 운영하게 되니 운영하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돼요. 농사를 지을 때 물이 참 중요한데 땅이 메마르면 물을 어떻게 대야 하나 고민하면서 해결방법을 찾고, 양수기 연결하는 것도 직접 했어요! 운영을 하다 보니 살면서 배울 수 없는, 익힐 수 없는 삶의 기술들 혹은 사라져가는 기술들을 배우게 돼요. 그런 능력들이 생기는 것도 즐거워요. 배우는 것들이 너무 많은 공동체텃밭이에요.”라고 말했다.


김선희 공동대표는 “올해부터 이 큰 강북마을텃밭을 운영하게 됐을 때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됐어요. 물이 안 나오거나 멧돼지가 출몰하면 이 많은 사람들의 항의를 어떻게 받아내야 하는 등의 걱정이었죠. 여기 주말농장 주인이 더 이상 못하겠다고 땅을 판 이유도 멧돼지 때문이었거든요. 그 때 주말농장 이용자들이 항의를 하곤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땅이 메마르면 카톡방에서 같이 대안을 찾고 멧돼지가 엎어놓고 가면 허허 웃으며 다시 밭을 정비해요. 운영진한테 항의하시는 분이 없어요. 우리가 이 텃밭 운영을 시작할 때부터 같이 쓰레기를 치우면서 이 텃밭은 누가 관리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관리하는 것이라는, 공동체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그런 공동체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많이 생겨나는 것 같아요. 참 감사한 일이에요.”라고 말했다.


공동체텃밭에서 창출되는 관계와 연결의 가치가
민과 관이 함께 해 더욱 많이 확산되길


그런데 이렇게 재밌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강북마을텃밭이 내년 임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강북마을텃밭공동체는 다양한 도시농업 활동과 교육, 공동체 활동들을 펼쳐가고 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 소유의 강북마을텃밭을 관리하는 LH공사에서는 개발제한구역인 강북마을텃밭에서 개인의 순수 영농만 가능하므로 내년에는 공동체에 더 이상 임대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지자체에서 국토교통부 토지를 임대해 도시농업 교육장으로 활용한 사례는 있다고 한다. 이에 강북마을텃밭공동체는 서울시 도시농업과에 강북마을텃밭 부지를 국토교통부로부터 임대해 마을텃밭을 조성, 운영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선희•김효숙•임승빈 공동대표는 말한다.


“도시농업을 통해 인생을 배우게 돼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기본적으로 텃밭에서 뭔가를 수확하기 위해 오시기도 하지만 이곳에 와서 위로와 치유를 경험하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분은 일을 안 해도 항상 아침에 와서 산책하며 마음을 열어요. 이런 공간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많이 느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우리가 얘기했듯이 좁은 텃밭에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창출해 내요. 우리 같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애쓰며 마을텃밭을 조성하고 어렵지만 공동체 활동으로 이어가고 있는데, 행정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고 지역의 공동체들과 함께 손잡고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까 깻잎 정리하신 지기님이 말씀하셨듯이 텃밭이 작지만 그 텃밭에서 나온 수확물을 나 혼자 다 먹지 못해요. 그래서 자연스레 나눠 먹게 돼요. 아까 그 분은 산책나온 모르시는 분께도 드렸다고 하셨잖아요? 텃밭을 하는 개인 몇몇이 아니라 가족, 이웃, 마을로 텃밭의 가치들이 확장돼요. 먹어서 좋은 게 아니라 나누면서 좋은 거에요. 그런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거죠. 텃밭에서 벌어지는 이런 연결고리들의 가치를 잘 알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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