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잡록] 이것은 콩인가, 옥수수인가? 질소를 고정하는 옥수수

이 노래를 아시나요? “옥수수 나무 열매에, 하모니카가 들어 있네.” 네, 그렇습니다. 오늘은 옥수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8월 유명한 생물학 학술지인 Plos Biology에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논문이 발표되었습니다. <토종 옥수수의 질소 고정이 점액과 관련된 질소 고정 미생물 군집에 의해 지원된다>(https://journals.plos.org/plosbiology/article?id=10.1371/journal.pbio.2006352)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질소 고정 미생물은 어디서 많이 들어보셨지요? 콩과식물에 공생한다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그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소 고정 미생물이 콩과식물만이 아니라 옥수수에도 공생한다니요? 더구나 옥수수는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다비성 작물 아닙니까. 그런데 이런 다비성 작물에 질소 고정 공생균이 있어 이를 이용할 수 있다면, 비료의 필요를 대폭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과학자들은 물론이고 농업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지요.


옥수수는 쌀과 밀, 그리고 감자와 더불어 세계의 식량을 책임지는 4대 작물로 꼽힙니다. 더구나 옥수수는 우리가 직접 섭취하는 것 말고도 대규모 축산에서 생산되는 동물성 단백질 대부분이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기반으로 하기도 하고, 바이오에탄올 같은 생물연료도 옥수수로 생산하는가 하면, 다양한 산업용 재료도 옥수수에서 비롯되어 엄청나게 중요한 작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까운 예로는 아이들 식기도 옥수수를 이용해 만든 것이 있을 정도이지요.


이렇게 용도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재배면적도 광대하다는 뜻입니다. 2014년 자료를 보면 전 세계의 옥수수 재배면적이 1억7780만 헥타르에 달한다고 합니다. 헥타르로는 잘 감이 안 오신다면, 5334억 평으로 34평 아파트 약 157억 채에 해당하네요. 평수의 대소는 있지만, 한국의 아파트가 많아야 1000만 채 남짓이니 얼마나 드넓은 땅에서 옥수수가 재배되는지 감이 좀 오나요?


현재 인류는 유용한 옥수수를 드넓은 땅에서 재배하기 위해 많은 양의 비료, 특히 질소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질소 비료의 생산과 운송, 그리고 적용의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발생해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토양에서 침출된 질소가 강과 호수, 바다로 흘러들어가 수질을 악화시키고 녹조와 적조 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질소를 고정시키는 미생물과 공생하며 비료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의 옥수수를 육종하는 일은 과거 녹색혁명의 종자를 개발한 것에 비견될 만한 업적이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자원의 사용을 줄이거나 그 효율을 높이는 작물을 육종하는 일이 최신 경향이기도 합니다.


이 옥수수는 옥수수의 원산지로 지목되는 멕시코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멕시코 오악사카 주에 있는 산골 마을은 토톤테펙totontepec이 그곳이라 합니다. 1979년 이곳을 방문한 식물학자 토마스 분 홀버그Thomas Boone Hallberg 씨가 지역민들이 아무 거름도 없이 올로톤olotón이라 부르는 옥수수를 6m 높이로 키우는 걸 처음 보았다고 합니다. 이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혀 있다가, 1992년 이곳을 재방문한 홀버그 씨와 그와 동행한 과학자들에 의해 다시 조명을 받았습니다.



<그림 밭에서 올로톤 옥수수를 조사하는 멕시코 과학자의 모습. 사진: ALLEN VAN DEYNZE/UC DAVIS>


올로톤이란 옥수수의 특징은 줄기의 마디에서 공기 중으로 뻗어나오는 기근氣根이란 뿌리에서 나오는 점액에 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조사한 결과, 이 기근에서 나오는 점액질에 공생하는 미생물이 대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이 특징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떤 과학자는 이를 “질소 고정 연구의 성배”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림2 기근에서 나오는 끈끈한 점액에 질소를 고정하는 미생물이 공생한다. 사진: ALAN BENNETT / UC DAVIS>


최근 인류는 기후 위기 문제라든지, 급증하는 인구를 자연환경의 훼손 없이 부양하는 문제 등 여러 가지 위기에 봉착해 있습니다. 1970년대에 발견되었던 질소 고정 옥수수가 최근 들어 다시 주목을 받는 건 그런 맥락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자원의 이용 효율을 높여 낭비를 막고, 환경을 지키며, 생산성을 확보해야만 지속가능성을 이룰 수 있습니다. 질소를 고정하는 옥수수의 존재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여기서 잠깐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또 있습니다. 인류의 공유 자산인 씨앗과 작물이란 유전자원을 독점하여 그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독식하는 일입니다. 씨앗은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일까요? 그렇다면 그러한 권리는 어디에서 발생할까요? 현재의 사회 구조는 씨앗에 대한 특허와 독점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씨앗이란 것은 누구의 것도 아닌 수천 년 동안 농사지어 온 인류 모두의 공유자산입니다. 질소를 고정하는 올로톤이란 옥수수도 그러합니다. 멕시코 산간 지역의 토착민들이 수천 년 동안 그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맥락 속에서 지켜온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를 이용해 누군가 이익을 얻는다면 그 이익은 누구에게 어떻게 돌아가도록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일입니다. 현재 이 옥수수의 이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관한 문제가 이리저리 얽혀 있다고 합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 듯이 모두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잘 풀리기를 기대합니다.


토톤테펙에 살고 있는 지역민의 이야기에 의하면,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옥수수밭에 가서 놀면서 이 옥수수의 점액을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과연 그 맛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네요.


**[농사잡록]은 김석기 선생님의 연재코너입니다. 강희맹 선생의 [금양잡록]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농사와 관련된 잡다한 기록'이란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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